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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경험담

도박경험자(도박자) [성인] 나는 행복한 사람

작성일2021-07-16 조회수103

 저는 지금 이 글을 쓰고자 결심한 순간부터 그동안 제 마음속에 있던 창피함과 후회, 그리고 아쉬움을 모두 내려놓고 제 마음을 가능한 한 모두 비우고 글을 쓰고자 생각하고 펜을 잡습니다. 이렇게 결심하고 시작하는 이유는 이런 식으로 제 이야기를 가족이 아닌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군 생활을 간부로 복무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거의 약 10년 전쯤인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느낄 때는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저는 수많은 도박의 종류 중 스포츠토토만 했었습니다. 물론 불법사이트를 이용한 도박이었죠. 처음은 임관 후 같이 교육을 받던 같은 반 동기가 하고 있는 것을 본 것이었죠. 그 전에는 불법이 아닌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베트맨토토를 이용하여 그저 재미로 가끔 한번 씩 복권방에 가서 배팅한 것이 다였죠. 동기가 하는 것을 보고 배팅시간이나 배팅금액에 매력을 느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잘 따더군요. 잘 몰랐으니까요.. 그렇게 군생활동안 저도 모르게 계속 배팅을 하게 됩니다. 군생활동안은 그저 즐기는 정도로만 했었습니다. 빚을 내서 하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할 시간도 없었구요. 하지만 전역을 하고 나니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왜냐구요?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고 있었지만 군인 일 때보다 시간도 많이 남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만나는 사람들도 많아지다 보니 저도 모르게 돈 욕심이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물론 용돈을 받으면서 생활은 했지만 사람이라는게 배팅해서 따면 나중에는 잃은 것은 생각이 안나요.. 참 웃기죠.. 특히나 본격적으로 불법 토토사이트를 이용해서 소위 말하는 제대로 도박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더 그렇게 되더군요. 드디어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대출을 받게 됩니다. 거기서부터 인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대출을 은행에서 받은게 아니라 인터넷 검색을 통한 대부업체를 통해서 받았습니다. 너무나도 쉽게 몇 시간도 안 되서 제 계좌에 200만원이라는 돈이 생겼습니다. 그 돈으로 토토사이트에 충전을 해서 배팅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잘 따서 매달 나가는 원금과 이자도 잘 갚았습니다. 한 달도 안 된 정말 짧은 기간 동안 대출받은 돈을 다 잃어서 매달 받는 용돈으로 아무것도 못하고 대출금만 갚게 됩니다. 또 몇 달 지나니 이제 신용이 어느 정도 회복을 해서 이제 더 큰 결심을 하게 됩니다. 다른 곳에서 대출을 받는데 더 큰 금액을 받게 된 거죠..


 또 배팅을 합니다. 그렇게 같은 방법으로 대출을 받고 또 잃고 대출이 안 되면 지인들에게 거짓말로 돈을 빌려서 배팅하고, 그런 악순환이 계속 되면서 주위 사람들과도 멀어지고 무엇보다도 제가 하고 있던 일들이 손에 안 잡히기 시작합니다. 스포츠 경기가 있는 시간에는 아무것도 못하고 배팅하고 그 경기들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게 됩니다. 그러는 도중 저를 그 누구보다 잘 아시는 저희 어머니께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시고는 솔직히 말해보라고 합니다. 저는 도박했다고 솔직히 말씀드렸죠. 어머니와 정말 긴 시간동안 깊은 대화를 하고서 마지막이라고 다짐하고 대출금을 갚아주셨습니다.


 하지만 그게 또 다른 시작이었습니다. 갚아주면 믿는 구석이 생기니 더 자신 있게 다시 또 악순환을 돌게 됩니다. 도박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또 혼나고 어려움에 처할 것을 알면서 그렇게 합니다. 도박중독이 되면 아무것도 안보이고 생각도 못하게 됩니다. 오직 돈을 구해서 배팅하는 것만 생각하게 됩니다. 당연히 또 아셨죠. 이번에는 어머니께서 제대로 뿌리를 뽑겠다고 생각하셨는지 아버지께서도 알게 되십니다. 정말 맞기도 많이 맞았고 평생 먹을 욕을 그 때 다 들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요 우리 부모님은 큰아들이라고 한번만 더 믿겠다고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저에게 다짐을 받습니다. 제가 어떻게 했냐구요? 다 큰 아들이 부모님 앞에서 무릎 꿇고 울면서 다짐을 합니다. 다시는 안하겠다고, 정말 열심히 살겠다고.. 그 후 생각보다 오랜시간동안 저는 거짓말처럼 배팅을 안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도 생겼습니다. 그런데요.. 태어난 아이가, 우리 딸이 몸이 조금 안 좋은 상태로 나왔습니다.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서 서울에 있는 우리나라에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병원까지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도 좋아지지 못해서 그렇게 한 달도 안 되서 첫째 아이를 하늘로 보내고 한달 정도를 정말 힘들게 살았습니다. 술도 못 마시는데 날마다 술을 먹어야 잠을 잘 수 있고 일은 하지만 사람이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더라구요.. 저는 그쯤 다시 도박을 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정말 후배에게 보증까지 서달라고 부탁하고 이전에 했던 금액보다 훨씬 큰 금액을 대출을 받아서 몇 달 동안 정말 시원시원하게 배팅을 합니다. 물론 얼마 안 지나서 그 돈은 다 잃었죠. 이번에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부모님께서 알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릅니다. 부모님께서 이번일은 절대 숨길 수 없다며 제 아내에게까지 알립니다. 제 아내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죠. 장모님과 장인어른, 그리고 처가의 모든 식구들도 알게 됩니다.


 저는 그 때 모든 가족에게 한명씩 짧게 편지를 써놓고 차를 가지고 집을 나갔습니다. 단돈 3만원만 손에 쥔 채로 말이죠.. 우리 첫째가 그 때 두 살이었고 아내는 둘째를 임신 중 이었습니다. 하루는 방을 구해서 자고 하루는 차에서 그 추운겨울에 잠을 잤습니다. 너무 춥고 배도 고파서 집에 뭐라도 먹기 위해서 잠깐 들어왔는데 둘째를 임신하고 있던 아내가 집에 있습니다. 아내를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펑펑 웁니다. 미안하다고, 도대체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그렇게 말하면서 정말 펑펑 웁니다.. 제 도박은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제가 쓰는 통장들, 모든 카드들, 도박을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모두 가족에게 맡깁니다. 물론 가족들과 대화를 통한 결정이었고 저는 앞으로 모든 것을 제가 아닌 가족들의 결정에 따르기로 결심했었습니다.


 도박을 제대로 끊기 위한 모두의 다짐이기도 했습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제 동생이 전북센터를 알려 주었고 제 의지와 가족들의 강력한 권유로 센터에서 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요 정말 신기합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번, 조금 지나고는 한 달에 한번, 또 조금 지나고는 몇 달에 한번 씩 센터에 상담을 받으러 가는데 그동안 어떤 방법으로든 도박을 안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일도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하고 있구요.. 왜 그랬을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그 때 도박을 하루씩, 한 달씩, 그렇게 몇 달씩 참아내는 것이 너무나도 아까웠습니다. 그렇게 다짐하고 참고 있는데 다시 시작하는 것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습니다. 이젠 두 아이의 아빠고 열심히 살고자 하는 가장인데 다시 예전처럼 도박에 빠져 사는 제 자신이 다시는 보기 싫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냐구요? 제 주위 사람들은 제가 사업을 배우고 있고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 다 알고 있습니다. 저를 부러워 할 정도로요..


 취미생활로 일주일에 한번 씩 운동하는 것 말고는 저는 다른 시간도 없습니다.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아직도 제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현명한 아내와 그냥 보고만 있어도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하고 공원 가서 산책하며 같이 놀고 왠만한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 생활하는데 전혀 지장 없을 정도로 넉넉하게 돈도 벌구요. 저는요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도박을 안하고 있는 제 자신도 가끔 대단하다고 대견하다고 스스로 칭찬도 하고 다시금 지난날을 회상하며 채찍질하며 또 다시 다짐도 하지만 그 수많은 날을 지켜보며 저를 버리지 않고 기다려 주고 옆에서 항상 지켜봐 주고 혹시라도 조금이라도 마음 다치지 않을까 또 도박하고 있냐는 질문도 안합니다. 부모님도 동생들도요.. 만약 물어봐서 제가 다시 움츠러들고 설사 기분이 나쁘다고 해도 그 점은 제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제 짐인데도 우리 가족들은 저를 그렇게 생각해 주면서 살고 있습니다. 가끔 하늘을 보며 먼저 하늘나라로 간 천사가 된 우리 첫째 딸에게 아빠 당당하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마음속으로 말도 하고 기도도 합니다.


 그리고 제 담당자이셨던 지금은 그만두신 전 전북센터장님의 권유로 도박문제 예방강사 양성과정에 지원해서 수료하고 현재는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열심히 강사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예방강사 활동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예방교육이 예정되어 있는 날은 업무시간에서 최대한 지원을 해 줄테니 열심히 하라고 하신 것도 활동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예방강사 활동도 제가 지금 같은 삶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도박문제 예방강사가 도박을 하면 안되니까요. 저는 올해 예방교육을 작년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 아내가 받은 상처와 아픔을 조금이라도 보듬어 주기 위해서 결혼기념일에 제가 정정당당하게 모은 돈으로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사주고 싶어서요. 매달 받는 용돈 좀 아끼고 강사비를 더하면 제가 생각한 선물은 충분히 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또한 지금도 도박을 하고 있었다면 감히 상상도 못 할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네요.


 여러분 저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으신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아직 저보다 덜 힘드신 분들도 계실겁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십니까? 바로 지금 이 순간입니다. 지금까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앞으로를 헤쳐나갈 지 모르시겠다면 바로 지금입니다.


 사실 저는 지금도 힘이 들긴 합니다. 또 언제 거짓말처럼 제가 도박을 다시 시작 할 수도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죠. 도박을 해 본 사람들은 압니다. 얼마나 참기 어려운지, 단도박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요.. 그런데요 그렇게 자신이 약해질 때마다, 자신이 없어질 때마다 단 하나만 생각하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무조건 가족을 생각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결혼을 하셨다면 나를 믿고 바라보고 사는 내 아내와 우리 아이들, 결혼을 안하셨다면 나만 보고 사시는 내 부모님.. 우리들 삶은 이것으로 모든 것이 답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족보다 더 중요한 게 있던가요? 돈을 왜 벌죠? 왜 그렇게 건강하려고 하죠? 그것들 모두 가족을 위해서 그러는 거 아닌가요? 과연 아니라고 하실분들 있을까요?


 그리고 여러분, 도박은 절대 끊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도박을 안하고 있는 지금 저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겁니다. 그게 바로 단도박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바로 지금부터입니다. 지금까지의 마음 속에 있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마음을 비우고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세요.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나는 빚도 많고 자신도 없다구요? 지금 하루하루도 너무 힘들고 괴롭다구요? 저는 지금까지 마음이 편했을까요? 그냥 시간이 흘러서 지금까지 왔을까요?


무조건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하세요. 

나는 모두에게 죄인이라는 생각보다 모든 것은 

나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니 다가오는 모든 

일들이 힘들어도 일단 하루하루를 시작을 해보세요.


 그렇게 일주일, 한달, 두달..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제가 했던 그 방식 그대로 변해 있는 자신을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지금도 너무 행복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인생의 목표를 세울 때마다 더 행복합니다. 저를 응원해주고 믿어주는 우리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그 누구보다 잘 살고 싶습니다. 제가 모든 분들을 응원하는 만큼 여러분들도 저 응원해 주실거죠? ^^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어 모든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지만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전 전북센터장님이셨던 오남경 선생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우리가족 지금까지 너무 고마웠고 지금도 고맙습니다. 앞으로는 나만 믿고 따라와요. 내가 앞에서 앞장서서 끌고 갈 테니 우리 지나온 날보다 다가올 날들은 더 행복하게 살아요. 모두 사랑합니다.


출처: 2021년 회복자 성장대회 수기집 – 나는 나를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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