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재활

회복경험담

도박경험자(도박자) [성인]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

작성일2021-07-16 조회수80

 “저는 30대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제 또래와 비교해봤을 때 많이 느린 편입니다. 제 명의로 된 집 한 채 없고, 자동차도 없고, 부동산도 없어요.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도박중독에 걸렸었단 사실을 모두 알고 있지요.”


 “하지만 저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어요. 저에게는 저를 믿어주고 신뢰해주는 가족이 있고 동료가 있기 때문이죠.”


 동료지원가 활동(회복자 멘토링)을 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입니다.


 멘토링 초반에는 대부분의 멘티들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합니다.


 하지만, 어려웠던 순간의 기억과 아픔을 말해주면 금새 공감대를 형성하며 눈시울을 붉히곤 합니다.


 제가 겪었던 문제 또한 그러했습니다.


 베팅할 돈을 마련하기 위하여 가족, 친인척, 친구에게 숱한 거짓말을 했고, 거짓말이 들통이 나면 그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또 거짓말을 하며 15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금전적인 문제로 인하여 신혼집이 법원경매에 넘어갔고, 집안 가전제품에 빨간딱지가 붙여지는가 하면,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아들이 아파서 폐렴에 걸릴 때까지 병원비를 베팅하는데 탕진했습니다. 둘째 아들이 태어나 아내와 아이가 조리원에 있을 때 역시, 첫째 아들을 재워놓고 밤거리를 헤매며 떨어진 돈은 없는지, 문이 잠기지 않은 차는 없는지 방황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세 살짜리 첫째 아들은 잠에서 깨어 아빠가 없는 걸 알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현관문까지 내려와 펑펑 울며 아빠를 찾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도무지 사람으로서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모든 행동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병에 걸린 환자였던 것입니다.


 감기에 걸린 사람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처럼, 우리 모두 치료가 필요한 사람입니다.


 모든 중독에는 특징이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등과 같은 ‘물질중독’은 겉으로 보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박중독과 같은 ‘행위중독’은 같은 중독임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말을 하지 않으면 문제는 더욱 지하 깊숙한 곳으로 숨어버리게 되며 문제가 산더미처럼 커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모든 가족, 친인척, 지인에게 오픈하는 것을 가장 먼저 했습니다. 죽을 각오도 몇 번 해봤던 사람에게 까짓 거 오픈한다고 해서 죽지는 않겠지 라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물론 너무 비참하고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것은 충분히 공감합니다. 이제까지 나를 믿어준 사람에게 분노를 자아내게 할 것이고 내 주변의 가족들과 지인들이 나를 떠나가 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박의 유혹에서 이겨내는 것과 나를 증오하고 미워했던 사람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쌓아가는 과정 중 어떤 것이 더 어렵고 힘든가라고 물어보면 고민 없이 후자를 택할 것입니다.


 도박을 했던 시절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리 행복한 기억이 없습니다. 그렇게 많은 돈을 들고 있어도 정작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지출했던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잘 굴려서 몇 배의 돈으로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어떻게 하면 빠른 시간 안에 본전을 찾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가 지치고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 너무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특히 단도박을 결심하고 이겨내기로 마음먹었던 그 순간부터 나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갈등이 생겨납니다. 특히, 가족들과의 갈등은 더욱 심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회복의 과정이었음을 지금에 와서 느낍니다. 그도 그럴것이, 난 이제 도박을 이겨내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나를 응원해주고 나를 격려해주고 아픈 환자이니, 더욱 더 보살펴 주길 모든 회복자가 바랍니다. 이 과정에서 정말 많은 갈등이 생깁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단도박을 하고 있고, 온갖 굳은 일을 다 해가며, 금전적으로 해결해보려 자존심까지 다 버리면서 밑바닥부터 시작하려 하는데 왜 아직도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지 않는가에 대한 섭섭함에서부터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 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인드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마음이 좀 편안해집니다. 내가 십수년 동안 온갖 거짓말을 하고 가슴에 못을 박기를 수차례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보는 시선이 하루아침에 달라지기를 원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이기적인 생각이 아닐까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제주센터)에서 단도박을 유지하기 위해 상담한 횟수를 100이라고 가정했을 때 그 중 60은 가족과의 관계회복에 대한 문제를 많이 다뤘던 기억이 납니다. 기분이 안 좋아지거나, 이렇게 힘들게 해서 뭐하나, 시간이 지나도 나를 안 믿어주고 도박중독자로 생각할게 뻔한 데 라는 생각이 들 때면 무조건 센터를 찾아갔습니다. 그곳에 가면 나와 고민을 나눠줄 선생님도 계셨고, 처음부터 얘기하지 않아도 지금의 나의 상태를 알아주는 동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단도박에 대해 궁금해졌고, 도박에 관련된 서적도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우리는 왜 도박에 빠지는 걸까’의 내용 중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우리는 모두 보석이에요.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을 뿐.

용기내서 센터를 찾아주시고 단도박을 결심한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이제 제2의 인생을 살 준비가 된 겁니다.

우리는 수십억을 내도 배울 수 없는 인생의 교훈을 

다시 배우게 된겁니다.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했으니, 

제대로 살아봐야죠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요.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센터 가서 상담하고 프로그램 참석한들 나의 빚더미는 줄지 않아요.


 혹시 빚이 없었으면 도박을 멈췄을까요?


 우리에게 동기부여를 시켜주고 동력을 찾게 해주는 것이 센터의 역할이에요. 근데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죠.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You cannot do it alone. But you only can do it.


혼자서는 절대 못하지만, 너만이 할 수 있다.


이 문장에 센터에 존재의 이유가 전부 담겨 있지요.


하늘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여러분


 별거 한지 1년 반 만에, 임대주택에 당첨이 되어, 집이 마련이 되었고, 지금은 모두 같이 모여 살고 있어요. 재정적인 문제 역시 개인회생이 기각되어, 다시 항고까지 했지만 결국 기각되어, 지금은 신용회복위를 통해 재정적인 문제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에요. 아직 8년 동안 갚아 나가야 하지만, 가족끼리 같이 있는 그 자체만으로 너무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과거에는 외제차에 명품브랜드 아파트 사는 사람이 부러웠고 행복한 삶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가족과 같이 모여 저녁 한끼를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너무나 감사하며 살고 있어요.


 자신감을 갖고, 용기내서 센터를 찾아주세요!


출처: 2021년 회복자 성장대회 수기집 – 나는 나를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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