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경험담
도박경험자(도박자) [성인] 나의 결심 그리고 회복
저는 시장에서 장사하시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유년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성장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심심치 않게 화투나 카드를 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도박을 하는 환경들에 쉽게 노출이 되어 있다 보니 고1 때부터 자연스럽게 도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친한 친구들에게 시장에서 배운 도박을 알려주기도 하고, 작은 내기 도박을 하면서 청소년 시기를 보냈습니다.
군 복무를 마친 후, 아버님 밑에서 본격적으로 장사를 배우기 시작했고 새벽에 나와 힘들게 일을 했지만 26살의 젊은 나이에 큰돈을 벌게 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생활했습니다. 하지만 도박을 지속했던 저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만큼 도박을 하는 횟수가 늘었고, 베팅액도 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나중에는 시장에서 소소하게 도박을 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전문적인 도박장(하우스)을 찾으면서 일과가 끝나면 도박장에 가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도박에 점점 빠지면서 일에 소홀해졌고, 모은 돈마저 도박으로 탕진하였습니다. 불행 중 다행은 잃은 돈을 다시 되찾겠다는 마음 보다는 도박이 한 순간은 즐거움을 줄 수 있으나 나의 삶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도박을 안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 당시 아버님이 하는 장사도 어렵게 되어 가족의 생활이 매우 어려워지자 저는 어렵지 않게 도박을 끊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도박을 중단하고 가족과 나의 삶을 위해서 부모님과 함께 새로운 장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조금씩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여가시간에는 취미 활동도 하면서 평범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렇게 평범한 삶을 12년 동안 유지하던 중 예전에 도박을 같이 했던 지인이 불법 성인 오락실을 오픈 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예의상 한번 들리자는 마음으로 성인 오락실에 갔는데 그건 저만의 생각이었을 뿐 그 날 이후 시간만 나면 도박장에 갔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도박장에 가면서 도박하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게 되었고 그 중 한 분이 경마장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불법 성인 오락실이 주는 즐거움의 한계를 느낀 저는 더 큰 즐거움과 희열을 느끼기 위해 경마장을 가게 되면서 결국 경마를 접하면서 도박중독자가 되었습니다. 경마를 하면서 저의 삶은 급격하게 부정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소홀해 졌고, 주말이면 즐겼던 취미 활동도 하지 않고 주말에 경마장을 가는 것이 저의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로 인해 가족, 친구들과의 관계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매주 경마장을 가서 베팅을 지속하여 경제적인 손실은 커져만 갔습니다. 결국, 모아 둔 돈은 경마로 전부 탕진하였고 경마를 하기 위해 은행 대출, 사채, 지인에게 돈을 빌리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렇게 경마를 하던 도중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임신하였지만, 저의 도박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습니다. 결국, 감당할 수 없는 도박채무로 인하여 가족 모두가 저의 도박문제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저를 믿고 행복한 삶을 꿈꾸던 아내는 저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으로 이혼을 선택하였고, 저는 죄책감 때문에 그 선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나의 삶에서 소중한 모든 것이 도박으로 인해 무너져버렸으며, 그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려고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이혼은 했지만 아내는 먼 훗날 딸에게 아빠가 도박중독자로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며 도박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광주전남센터를 알려주었고, 아내의 손에 이끌려 상담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첫 상담 이후, 저의 도박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였고 가족들과 상의 후 중독병원에 입원을 하였습니다. 병원 입원 후 아내에게 “비록 지금은 이혼을 하지만 과거의 삶을 반성하고 최선을 다해 도박중독을 치료하겠다고 2년만 지켜봐 달라”라고 부탁했습니다. 아내는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저의 제의를 받아주었고, 병원 치료와 센터 서비스를 병행하면서 열심히 치료를 받았습니다. 치료를 받으며 도박중독이라는 질병에 대해 알게 되면서, 스스로 도박중독자임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왜 내가 도박중독에 빠지게 되었을까를 고민하며, 원인을 찾기 위해 과거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의 좋지 않은 습관, 성격 및 도박에 취약한 환경, 대인관계, 물질만을 추구하는 가치관 등 내가 도박에 빠질 수밖에 없는 원인을 하나씩 찾을 수 있었고,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실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첫 번째 변화의 시작은 단도박(G.A) 모임에 참여했습니다. 주기적으로 단도박 모임 참여를 통해 여러 협심자분들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회복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변화는 이번만은 나의 도박행위로 생긴 문제(도박채무)를 가족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 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다지게 된 것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운영하는 직장을 뒤로한 채 건설현장(일용직)이라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였고, 하루하루를 일에 집중하면서 생활했습니다. 처음 접하는 일이라 힘들긴 했지만 성실하게 일을 했고, 동료들과 책임자에게 인정을 받으며 가족의 생활비와 도박의 채무를 갚아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직장동료들에게 인정받으며 규칙적인 생활과 단도박을 위한 환경통제를 하면서 도박을 멀리하고 조금씩 회복하는 듯 했지만, 단도박 6개월 만에 재발하였습니다.
도박채무를 탕감하면서 가족의 생활비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리적, 정신적으로 압박감이 커져만 갔고, 나의 도박문제로 인한 고부간의 갈등, 가족 간의 불화 역시 많은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도박 충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재발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 재발로 인한 죄책감, 자괴감, 공허함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마음에 가득 차 있었지만,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되면 혼자만의 힘으로 도박을 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상황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과거와 달리, 열심히 규칙적인 생활을 하였는데 “어떤 문제로 재발하게 되었을까?”를 깊이 고민을 했고 원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3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스스로 도박중독자라는 사실을 시간이 지나면서 망각하고 생활했던 것입니다. 회복과정 중 경제적인 압박감, 가족 간의 신뢰 및 부정적인 감정들 때문에 도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저의 생각은 재발의 원인이 아니라 나의 도박행위를 합리화 하기 위한 변명과 핑계라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도박중독자임을 겉으로만 인정했지 마음 깊이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도박 충동이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세 번째, 회복과정 중에 항상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으로 생활을 했었던 것입니다. 도박문제를 극복하고 회복하는 과정은 긴 시간 동안 고통이 수반되는 힘든 과정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면 결국 나 자신을 더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재발 이후 저는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회복하고 있습니다
재발은 하였지만, 단순히 재발에서 끝나지 않고
더 나은 회복을 위한 디딤돌이 되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이렇게 재발에서 느낀 점을 생각만 하지 않고 실천을 통해 안정되게 회복을 할 수 있었고 다시 단도박 시작하여 지금은 5년째 접어들었습니다. 단도박을 유지하면서 회복하는 것은 인내와 고통이 항상 따라 다닌다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삶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힘들어도 노력하고 가족과 대화하면서 함께 이겨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회복 중에 힘들면 이렇게 평범하게 사시는 분들을 보면서 지금까지 회복하였습니다. 아직도 도박채무를 전부 갚으려면 적지 않은 기간이 남았지만 행복합니다. 그 이유는 내가 도박을 하지 않으면 거짓말하지 않고 떳떳한 삶을 살면서 나와 가족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저는 생이 다하는 날까지 이런 마음을 가지고 회복을 이어 나갈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회복을 위해 도와주신 중독병원 원장님, 상담 선생님 그리고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광주전남센터에서 근무하시는 모든 선생님과 G.A모임 협심자 분들께 감사합니다. 무엇보다도 어떤 일이 있어도 항상 걱정해주시는 부모님, 언제나 저를 믿고 응원해주는 아내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우리 딸 모두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도박문제로 회복 초기에 힘들어하시는 분들께 제가 하루하루 마음에 새겼던 글입니다.
<나의 결심 그리고 회복>
몸과 마음이 무겁고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거짓말하지 않고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정직하게 살기로 했다
힘든 고통의 긴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의 길이 보였고
저 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
출처: 2021년 회복자 성장대회 수기집 – 나는 나를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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