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재활

회복경험담

도박경험자(도박자) [성인] 회복 1년 8개월 차가 느끼는 점

작성일2024-10-25 조회수112

12년의 도박. 6년은 도박에 미쳤고 6년은 단도박에 미쳐있었습니다.

도박을 그만해야 한다는 생각은 더 일찍 했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빚이 있으니까, 가족이 원하니까, 부모님과 아내에게 보여주려고, 이혼을 막아야 하니단도박의 이유를 저에게 찾지 못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제 안에서 찾지 않았습니다.

 

몇 번의 재발을 겪고 나서야 나를 위해 단도박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도박을 계속한다면 저는 죽거나 거리의 부랑자로 사는 것, 그 두 가지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죽기가 어디 쉽겠습니까? 용기가 없어서 죽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죽을 용기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도박을 계속 한다면 거리 노숙자가 돼 평생 가족도 없이 홀로 거지같이 살면서 도박할 것이 확실했습니다.

 

그렇게 살기 싫었습니다. 살고 싶었습니다.

아이처럼 웃고 싶었고 행복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나를 위해 도박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하니 그제서야 주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치료공동체에 스스로 문을 두드리며 도박을 참아내는 것이 아닌 회복을 시작했고 그 안에서 철학을 배우고 생각을 나누며 단도박 하는 이 과정이 고통스럽지만은 않고 즐겁고 행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박을 끊어보겠다고 혼자 시도했던 많은 방법이 잘못된 방법이었다는 것을 배웠고, 혼자서는 할 수 없었지만 같이하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도박과 재발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고 그 사람들에게 나의 실패 경험을 나누어주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들이 나의 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치료공동체 과정을 마쳤음에도 꾸준히 참석했고 운 좋게도 동료지원가로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죽지 않고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가족들과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회복 활동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끼며 생활했습니다. 즐거웠습니다. 나 같은 도박중독자가, 버는 돈도 없는 내가, 빚도 수억 원이 있는 내가, 친구고 지인이고 없는 내가 이렇게 행복하고 즐거워도 되는 건가 할 정도로 좋았습니다. 상황은 오히려 안 좋아졌지만, 도박만 하지 않으면 평생 이렇게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너도 회복하지 못했는데 다른 이를 돕는다고?’

누가 누굴 도와. 네 회복이나 신경 써.’ 회복초기에 확신을 가졌던 물음에 지금 저는 대답하지 못합니다. 도박만 하지 않고 있을 뿐 건강하게 회복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저는 아니오,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도 도박하기 직전까지 갔던 게 세 번이나 됩니다. 작은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건 잊은 지 오래고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지도 못합니다. 위험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나만의 회복 도구상자에 많은 것들을 넣어놨는데 정작 견디기 힘든 충동이 올 때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가 실패하자 나머지 많은 것들은 꺼내어 쓸 용기 조차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후에는 깊은 우울과 상실감으로 자기연민에 빠졌습니다. 차라리 예전처럼 도박한다면 덜 고통스럽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도 했습니다. 비정상적 사고와 합리화 등 도박 중독자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저를 봤습니다.

 

나의 단도박과 회복을 위해 하는 여러 행동으로 아내는 여전히 힘들고 아이들은 아빠의 부재를 그리워합니다. 밖에서 중독자들과 회복자들 사이에서나 멋있는 재용 선생님’, ‘만능 엔터테이너 재용쌤이지 집에서는 무능한 남편, 못난 아빠입니다.

 

아빠, 안 가면 안 돼? 주말에는 같이 시간 보내야지.”라는 딸의 목소리가 며칠째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딸의 그 얘길 듣고도 저는 이렇게 12일 회복 워크숍에 와 있습니다. 돈을 멀리해야 도박을 끊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생활비로 고통받는 아내의 힘듦을 애써 못 본 척했습니다. 마흔을 훌쩍 넘긴 아들에게 생활비를 대주는 부모님의 안쓰러움을 알고도 도박 하지 않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나의 단도박을 위해 애쓰는 것들이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힘듦을 준다면 그게 맞는 걸까? 그렇다고 가족 생각에 회복활동을 게을리하고 돈을 쫓는 활동을 하다가 예전처럼 다시 실패와 재발의 과정을 되풀이할 것인가?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오늘도 저는 이 물음에 대한 정답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여전히 혼란스럽고 도박이란 거대한 벽에 자꾸 기대려합니다.

나의 회복 활동을 아내가 지지하고 아이들이 응원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제가 잘해야 합니다. 아내를 더 아껴주고 집안일도 잘해놓고 사적인 자리를 줄이고 돈 안 쓰고 돈 많이 벌어야 합니다. 매일 아이들 잘 돌보고 주말마다 좋은 시간 가지면 됩니다. 저는 슈퍼맨이 되면 됩니다.

 

! 단도박은 정말 쉽고, 회복하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싶다 2023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회복수기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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