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재활

회복경험담

도박경험자(도박자) [성인] 뒤늦게 시작한 회복경험담

작성일2024-10-25 조회수140

고등학교 시절 처음 접하게 된 불법 스포츠도박에 빠지게 되며 항상 밝고 화목했던 가족에게 많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도박자금을 구하기 위해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여 돈을 구하기도 하였고 한창 도박에 심하게 빠져서 앞뒤를 가리지 못할 때는 가족의 물건과 카드에 빈번히 손을 대기도

하였습니다.

 

부모님의 훈육으로 일시적으로 도박에 대한 열망이 식기는 하였지만, 대학교에 가서, 직장을 얻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시 도박에 대한 욕구가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과 직장동료에게 점점 큰 금액의 돈을 빌리며 도박중독문제는 커져만 갔습니다. 도박중독자의 아들을 둔 부모님은 어떻게 대처

해야 할지 몰라 제가 빌린 금액에 대해 대리 변제를 해주는 것으로 도박을 끊는 데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려 노력하셨지만, 못난 저는 그런 부모님을 이용해 또다시 도박하는 악순환을 반복하였습니다.

 

여러 번의 반복된 과정에서 저의 도박문제는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었고, 가족들은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피해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점점 심해지는 저의 도박 문제는 그렇게 제 개인의 문제에서 가족 전체의 문제로 번지게 되었고 정확한 치료 방법과 대책을 강구해야만 했습니다. 도박중독 9년 만에 정신과와 도박중독상담센터를 알아보며 도박중독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부모님이 대리 변제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꾸준한 치료와 더불어 G.A. 모임에 참석할 것을 권유받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도박을 끊겠다는 의지도 없고 필요성도 못 느꼈습니다. 저는 부모님의 보살핌을 간섭과 억압이라 여기며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지 않았고 부모님과 잦은 트러블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런 생활이 지속되다 결국 도박중독이 재발하였습니다.

 

20234, 부모님의 보살핌과 관심을 억압과 간섭이라고 매도해 버린 채 집에서 나와 직장 근처의 모텔에서 숙식을 해결했습니다. 누구의 간섭도 없이 2개월가량 내가 하고 싶던 도박을 원 없이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냥 행복할 줄 알았고 그토록 내가 바라던 상황이었는데 도박으로 인해 수중의 돈이 떨어지니 당장 하루하루 살기가 힘들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채무 관계에 있는 지인들에게 빚 독촉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생활하기 위해서도,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돈이 절실하게 필요하였지만 월급날은 다가오지 않았고, 결국 돈을 위해 절도와 사기라는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도박중독이라는 병에 걸려 근시안적인 시야와 생각에 갇혀 저지른 이 행위들에 대한 대가는 생각했던 것보다 혹독하고 비참하였습니다.

 

2023620, 나이트 근무를 마치고 퇴근 준비할 때였습니다. 형사들이 체포영장을 들고와 사내 사물함과 자택 압수수색을 하였고 난생처음으로 수갑을 차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유치장에 있다가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구치소에서 구속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가출한 아들이 형사들에게 둘러

싸여 집으로 끌려온 모습을 본 어머니는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셨고, 급히 귀가하신 아버지께서도 너무 놀라 세상이 무너진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이후에도 어머니는 유치장에 면회를 오시거나 구치소에 접견을 오셔서 대성통곡을 하셨고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와 저를 보며 말로 표현할 수없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도박중독 문제를 앓았던 10년간 내가 도박중독자인 사실을 스스로도 인정하기가 어려웠고 이 문제를 주변 사람에게 알린다는 건 도저히 상상 할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도박중독문제로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끼친 범죄를 저지르고 구속 재판을 받으며 도박중독이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제 자신을 처음으로 마주했고, 도박중독이라는 문제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지인들과 직장 동료 모두에게 반강제적으로 오픈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의지와 상관없이 알려지게 된 저의 도박문제로 인한 수치심과 좌절감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도박중독이라는 병을 앓고 있던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하지 못했던, 제 자신이 도박중독자임을 시인하고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지만 주변 사람에게 도박중독문제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니 왜 이 문제를 진작 마주하고 당당히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을까 후회가 됩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도박문제로 인해 벌어진 일들에 대해 솔직히 밝히고 용서를

구하며 단도박의 삶을, 더 나아가 탈도박의 삶을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수용생활을 하는 동안 도박중독문제로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일들과 죄송한 마음들을 가족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편지를 작성하였고,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거짓말로 돈을 빌렸던 지인들에게 제가 도박중독자이고 그 당시 왜 거짓말로 돈을 빌리게 되었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용서를 구했습니다.

또한 제가 저지른 범죄의 피해자 모두에게도 똑같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 이유가 도박문제임을 밝히고 저의 행동으로 입은 경제적인 피해와 정신적인 피해에 대해서 책임지고 피해 회복을 하겠다는 약속을 드렸습니다.

물론 모두가 그러지는 않았지만, 누군가는 저의 진심을 눌러 담은 편지를 읽고 저의 도박중독치료를 응원해주고 용서해주셨습니다. 조금은 시간이 걸릴지언정 도박중독에 빠져 있던 지난날에 저의 잘못된 행동들에 대해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를 하는 방법이 그리고 용서를 구하는 방법이 솔직하게 나의 진심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내가 도박중독문제로 터널시야에 갇혀 가장 소중한 사람들인 가족에게 준 마음의 상처들을 치유하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여 도박중독에 걸리기 이전의 우리 가족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저의 도박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단도박 관련 도서를 읽고 느낀 점과 배운 점들을

진심 어린 반성의 마음과 함께 편지로 전달하였습니다.

솔직하고 진실 된 반성과 마음속 이야기를 가족에게 꾸준히 표현하다 보니 부모님과 동생도 저의 진심을 알아주고 가족 모임과 단도박 모임 연수에 참석하거나 책 혹은 유튜브를 보다가 좋은 내용이 있으면 항상 편지에 적어주셨습니다. 꼬박 4개월의 수용기간동안 서로의 진심을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 결과, 완전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신뢰를 회복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티비를 보며 웃고, 아파트 단지 내에서 산책을 하거나 서로의 일상 이야기를 하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도박중독자에게 완전한 회복이 없듯이 가족에게 준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까 봐 두렵고 죄송한 마음이 드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가족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고 무너진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지금 느끼는 가족과의 소소한 행복을 잊지 않고 항상 솔직하고 진실한 자세로 지금처럼만 회복에 임하겠다고 다짐하며 이만 글을 줄이겠습니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싶다 2023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회복수기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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