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재활

회복경험담

도박경험자(도박자) [성인] 그래도 감사합니다

작성일2024-10-25 조회수97

안녕하세요.

회복 중인 도박중독자입니다.

 

도박의 늪에 빠져 고통스럽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참담한 미래를 저주

하며 세상을 원망만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도박을 멈추고 회복한 지 2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1년 이상 도박하지 않았던 기간들도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먹고살 만해지거나 예상치 못한 큰돈이 생기기라도 하면, 어떠한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여지없이 끔찍한 도박중독자의

삶으로 되돌아갔었습니다.

2년 전쯤 마지막 재발을 했을 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감당할 수 없는 채무와 주변 지인, 가족과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고, 미래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해보려 해도 안 되니 삶을 포기하려 시도했지만 용기가 없던 것인지, 그 와중에 살고 싶은 욕망이 강했던 것인지 죽지 못해 숨만 쉬고 있을 때 문득 이렇게 끝내기엔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박중독이란 게 도대체 무엇이길래 내 삶을 이렇게 처참하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도박중독에 대해 공부하고, 도박을 멈출 방법들을 찾아 무조건 실천하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처음엔 너무 힘들었습니다. 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 선생님들은 단어도 어렵고 생소한 대안 활동이 필요

하다고 하셨고 여러 가지 취미나 활동을 권해 주셨습니다.

여행, 종교, 걷기 운동, 자격증 따기, 일기 쓰기, 독서, 다이어트, 봉사활동, 병원 진료, 약 먹기, 센터 상담, 지역 사회활동, 게임 하기, 영화 보기, 금연, 글쓰기단도박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것들은 따지지 않고 모두 하다 보니 어느새 2년의 세월이 흘러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이 많은 활동 중 6가지 정도 유지하고 있지만 도박의 유혹과 채무의 압박감을 이겨 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정상인이 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던 것 한 가지는 외로움이었습니다. 도박에 중독되면서 함께하던 여인을 떠나보내고, 앞으로 여자를 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도박중독에서 건강하게 회복 중이지만 나이 마흔에 집, , 옷 등 중년의 나이라면 기본으로 갖추고 있는 것들이 저에게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오히려 빚만 남아있을 뿐.

 

세상 어느 여자가어느 여자의 부모들이 이런 중독자를 이해해 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만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운명처럼 8살 연하의 여인과 인연이 닿았고, 만난 지 며칠 만에 현재 나의 모든 상황을 공개했습니다.

당연히 떠나갈 줄 알았는데, 그동안 힘들었겠다고 여태 고생 많았다며 받아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녀의 이야기도 제게 해줬습니다.

그녀도 가족의 알코올, 도박중독으로 인해 오랜시간 고통 받고 있었습니다. 억 단위로 늘어난 채무도 어찌할지 몰라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도박중독자이고, 그녀는 중독자의 가족이었습니다.

세상도 무심하시지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나의 현실에 너무도 화가 났습니다. 내가 도박만 하지 않았다면모아둔 돈이 있었다면 지금의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될텐데…….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줄 수 있을텐데…….

 

자책하고 고민하다 보니 마음 깊은 곳에 숨어있던 도박의 욕구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 모아둔 얼마 안 되는 돈으로 그녀의 채무와 같이 살집의 보증금이라도 마련할 정도만 따고 그만둘까? 여태 잘해왔으니 다시 도박해도 이전과는 다르게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내 모습을 보며, 이전의 끔찍했던 기억들이

떠올라 너무 두려웠습니다. 다시 예전의 도박에 빠져있던 시절로 돌아가기

싫었습니다. 너무 무서웠습니다.

혼자서는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에서 진행하는 워크숍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강의도 듣고 여러 선생님의 사연도 듣고,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복잡했던 생각은 정리가 됐고, ‘이거다!ʼ 싶을 정도로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차후에 회복담 후기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꼭 오리라 생각하며, 짧은 이야기를 마치려 합니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싶다 2023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회복수기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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