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경험담
도박경험자(도박자) [성인]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길
도박 중독은 제 삶에 어두운 그림자였습니다. 시작은 가벼운 호기심이었지만 그 끝은 가족과 나
자신에게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저는 이 사실도 모른 채 도박의 강력한 중독에 빠져들어 이겼을 때의 희열과 패배 후의 후회를 반복하며 점점 괴물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아픈 부분 중 하나는 주변 사람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실수 정도로 여기고 천만 원이라는 큰돈을 가족이 대신하여 갚아준 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2년 넘게 잠잠했던 도박의 유혹은 코인 열풍과 함께 다시 찾아왔고, 과거보다 행동이 대범해지면서 빚이 늘어나는 속도뿐만 아니라 거짓말을 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결국, 가진 돈을 전부 잃고 가족의 신뢰를 다시 잃었을 때 미안함과 자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이 힘듦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일으켜 재발을 반복하게 되었고, 더 이상 돈을 구할수 없는 지경까지 다다르자 그제야 점점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취업에 성공했을 때 너무 장하다며 흘렸던 어머니의 눈물은 배신감과 비애가 섞인 눈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잘못된 거냐며 고함지르던 어머니의 모습은 그동안 제가 지켜본 어머니가 아니었기에 아직도 그 순간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습니다. 원래도 무뚝뚝했던 아버지는 더 말씀이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도박은 정신적 피폐함뿐만 아니라 가족과의 관계까지 단절시켰습니다. 글로써 모든 일과 상황을 전부 담을 수는 없지만, 저는 이러한 과정을 수도 반복해서야 비로소 내가 도박중독자라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상태를 현재 아버지만 알고 계시기에 불안정한 출발이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회복의 첫걸음이 도박중독자로서의 자아를 인정하고, 자신을 직시하고 문제를 인정하는 것이
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이 깨달음을 얻는데 매우 많은 시간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과 가족의 행복을 낭비했습니다.
가족에게 미안함을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도박중독을 극복하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였습니다. 내가 얼마나 무책임하게 행동하였는지, 어떻게 가족을 배신했는지 깨닫는 데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깨달음을 얻고 나서 가장 먼저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문득 부모님의 모습을 바라보니 제가 기억하던 부모님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의 등은 생각보다 왜소했고, 어머니의 주름은 더 깊어져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미 오래전부터 변화된 모습을 이제야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내가 도박과 함께 허송세월하는 동안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그 이상으로 허비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되고 그동안 극적인 변화나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회복과는 별개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부모님이 가지고 계시는 의문과 궁금증을 모두 해소시켜야 했습니다. 아버지께 현재 가지고 있는 채무와 상황을 전부 말씀드렸을 때, 신기하게도 가족과의 관계가 미약하지만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 방문을 시작으로 아버지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단순 일상 이야기나 회사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눈빛, 손짓, 작은 동작 하나하나까지 눈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단지 쳐다보는 일이지만 이마저도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마음의 문을 닫은 것은 부모님이 아니라 저 스스로가 도박에 빠져 중요한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가끔 핸드폰을 보면 내심 불안한 눈빛으로 “뭐해?”라고 묻습니다.
이럴 때면 창피함과 죄송함이 몰려오지만, 이만한 동기부여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부모님은 ‘이건 네 문제이고 네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며 지켜보고 지지해 주십니다. 저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이제는 부모님 인생과 저의 인생을 분리해서 사는 연습을 자꾸 해보려고 합니다. 1억이 넘던 빚도 어느덧 반절로 줄어들었습니다. 저는 믿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회복된 아들이 되어 부모님 앞에 다시 설 수 있다는 것을, 가족의 자부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하루하루 주어진 삶을 소중히 여기고 단단히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싶다 2023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회복수기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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