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Korea Problem Gambling Agency

2023년 11월 26일.

이 날은 아내와 저의 18주년 결혼기념일이기도 합니다. 처음 G.A.를 찾았던 2015년이 10주년 결혼기념일이었는데, 그 해가 저의 단도박 시작이자 새로운 삶의 출발점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남들은 10주년 결혼기념일에 서로에게 지금까지 수고했고 앞으로도 열심히 살자고

‘토닥토닥’ 위로하며 앞으로의 인생을 다짐하는 시간이라면, 제 아내는 남편이

도박에 빠져 모든 것을 탕진하고, 도박중독이라는 심각한 병에 빠졌다는

사실을 수용했어야 하니 얼마나 두렵고 힘들었을지 다시 생각해 보니 너무나

미안하고 죄스럽습니다.

그리고 선택에 대한 두려움을 혼자서 ‘내 선택이 잘한 것일까?’,

‘아니 잘하는 거겠지?’라고 억지로 자신을 위로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던 아내에게 오늘까지 기다려 주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단도박 8년이 긴 시간은 아니지만,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43년 동안 행복과 꿈이라는 단어를 잊고 살았습니다. 8년이 지난 지금 남들보다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가족이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때로는 화도 내면서 미안하다는 말로 서로의 감정을 느끼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이상 가족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1996년, 처음 카지노를 찾아 2015년 10월, 인천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와 단도박 모임에 참여하기까지 19년이라는 시간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떠오르는 기억이 참 많습니다.

유학, 첫 직장, 결혼, 첫 아이의 유산,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상담과 단도박 모임, 개인회생 등 다양한 일을 겪었지만 가장 큰 기억은 도박중독에 빠져 가족과 지인들에게 고통을 주었던 시간입니다.

도박으로 남들에게 수 없이 고통을 주었으면서도 도박중독을 인정하지 않고, 문제만 발생하면 가족에게 ‘이번 한 번만 도와주면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호언장담하며 회피하였던 제 자신이 떠오릅니다.

그 당시에는 충분히 이겨낼 자신이 있었고,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고 분명 도박을 멈추겠다는 자신감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면 나도 모르게 다시 도박장을 찾아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늘 같은 문제를 가지고 가족앞에 서 있던 제 모습을 생각하니 제 자신이 너무나 불쌍하고 마음이 쓰려

옵니다.

도박중독을 인정하는 게 뭐가 어려운 거라고 그렇게 악을 쓰며, 난 중독자가 아니라고 목이 쉬어라 화를 내고, 가족에게는 왜 날 못 믿느냐며 협박했었는지…….

 

지금은 도박중독을 알기에 이해되고, 받아들여지지만 그 시간을 다시 돌릴 수 있다면 저에게 ‘지금 네가 하는 거짓말 때문에 힘들게 가졌던 소중한 장군이를 엄마 뱃속에서 떠나보내야 했고, 가족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의심을 안겨 주었으며, 도박으로 집을 팔아 어쩔 수 없이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아내와 두 딸이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목숨보다 소중한 두 딸의 돌 반지를 헐값에 팔아 도박장으로 향하던 나의 모습과 채권자와 법원 직원이 집에 들어와 딱지를 붙이며 집기를 압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래도 계속 도박할 거냐고 묻고 싶습니다.

너의 거짓말이 너를 믿고 살았던 부모님과 아내 그리고 아이들에게 어떤 고통을 주었는지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언제까지 도박중독에 빠져 후회하며 살아갈 수 없어, 단도박과 위대한 힘을 찾게 되었나 봅니다.

8년 전 처음 G.A.를 찾았던 마음 그대로 그냥 큰 욕심 없이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가족 옆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때로는 힘든 일도 겪겠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빚 걱정 없고, 거짓말하지 않는 오늘이 너무나 소중합니다. 물론 갚아도 갚아도 끝이 없는 빚을 생각하면 가끔 돈이 조금만 더 있으면 좋겠다는 현실성 없는 상상을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오늘이 행복합니다.

 

5년 동안 열심히 빚을 변제하여 2021년 3월 개인회생을 마쳤습니다. 신용불량자였던 제가 지금은 KCB 918점, NICE 935점으로 입사 후에 처음 보는 점수로 힘들 때 가끔 나의 신용점수를 보며 위로를 삼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신용이라는 것이 단지 1, 2금융권과 대부업 대출의 기준으로 생각하였는데, 지금은 남에게 돈을 빌리지 않고 도박 충동을 이겨내면서 잘 지내고 있다는 기준으로 바뀌었고, 가끔은 신용이 살아났으니까 대출금이 얼마나 나올까 하는 궁금증으로 대출 가능 금액을 조회하려고 몇 번을

망설였지만 아직까지 잘 참고 있습니다.

신용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그리고 때로는 소중한지 단도박과 개인 회생을 통해 절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14년 전인 2009년, 도박에 미쳐 두 딸의 돌 반지를 들고 금은방에 들어가

돈으로 바꾸고 마치 도박으로 크게 돈을 딸 수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신나게 나오던 제 얼굴이 떠오릅니다. 집과 모든 것을 도박으로 잃었음에도 이상하게도 아이와 아내의 금반지와 목걸이가 마음에 걸렸는지 2021년과 2022년에 두 딸과 아내에게 금목걸이와 팔찌를 선물하면서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던

그 무언가가 시원하게 풀어지듯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남들은 기분내며 선물하는 목걸이와 팔찌겠지만 저에게는 오랫동안 마음 한구석에 숨겨왔던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아침에 눈을 뜨면 채무자들에게 거짓말로 회피해야만 하는 상황이 싫어서 눈을 뜨기가 두렵고 힘들었는데 지금은 위대한 힘과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오늘 하루도 정직하고 겸손하게 살아가도록 지켜봐 주시고, 건강한 회복과 삶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마음속으로 외칩니다. 이런 하루가 정말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작은 아이가 아빠 나이가 반백이라며 놀리는 모습도 예쁘고, 큰 아이는 조금 융통성이 없고 너무 정직해서 가끔 선생님이 걱정하시지만, 그런 제 딸들이 사랑스럽습니다.

 

그리고 10년 동안 함께 살면서 시어머니와 고부 갈등을 보일 때는 아내에게 서운한 점도 있었지만, 고집이 장난이 아닌 시어머니와 함께 살아주어서 늘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어머니이지만 아내에게는 28년 동안 모르고 지냈던 사이라 어렵고 불편할 수 있는데 남편의 도박 문제로 갈 곳이 없어 어쩔 수없이 시어머니와 함께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이 고민했을지 잘 알면서도 쉽게 위로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아내의 삶도 생각해 경제적으로 힘들겠지만, 대출을 받아 항상 꿈꿔왔던 너무나 소중한 우리집을 마련하였습니다. 작은 집이라도 마련하여 시어머니 눈치 안 보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오랫동안 있었는데 예전보다 좋은 집은 아니지만 우리 가족이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지금의 집이

너무나 소중합니다.

78세인 어머니를 홀로 두고 나오기까지 많은 갈등을 겪었지만, 이것 또한 회복의 과정이라 생각하면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지만, 나 자신을 사랑하며, 나를 바라보는 가족을 사랑하며, 오늘 하루도 정직하고 겸손하게 지내려고 합니다.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겠지만 도박중독에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 무엇이라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이제는 위대한 힘과 하나님께, 그리고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감사하며 오늘 하루도 건강한 회복을 위해 정직하고 겸손하게 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서 너무나 마음이 편합니다. 건강한 가정을 만들어가고 있어서 너무나 뿌듯합니다.

나의 꿈을 만들어가고 있어서 너무나 기쁩니다. 가끔 화도 낼 수 있어서 마음이 후련합니다.

무엇보다 아내와 두 딸에게 떳떳한 남편이자 아빠로 바뀌고 있어서 너무나 행복합니다. 도박 문제로 고통받는 많은 분에게 조금이나마 건강한 회복을 도울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6년 어느 봄날, 저의 집 가훈이 생겼습니다.

 

“내가 행복하면 나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진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싶다 2023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회복수기집 발췌

 

* 음성파일과 내용이 다른 일부 단어는 내용 저장 상 금지어로 저장되어 음성 내용과 상이할 수 있음